글/한뼘 산문...📖
2023. 4. 4.
삐뚠 안경
안경이 삐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안경을 쓰는 나는 알 수 있다. 전반적인 만듦새를 봤을 때 좌우 균형이 안 맞고 심지어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의 길이가 다르다. 림, 브릿지, 코 기둥, 자세히 볼수록 불협화음이 크게 들린다. 저렴한 안경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쓰기도 참 오래 썼다. 오늘따라 더욱 신경 쓰이는 안경을 이리저리 손으로 만져본다. 휜 다리를 펴고 코 기둥을 조절한다. 몇 번을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는 안경이 삐뚠 건지, 내 얼굴이 삐뚠 건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짜증이 몰려온다. 짜증이 났다. 안경이 삐뚤러서. 그리고 내가 그걸 고칠 수 없어서. 나는 안경 하나 고치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러고 보면 난 인생에서 고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그 고쳐야 할 것들에 망치질은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