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 모든 것을 기억하는 소년

짧은 뻘글|2019.05.22 22:01

난 어린 시절 한 기점을 이후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잊지 못한다는 것은 저주다. 내가 실수를 했을 때, 창피를 당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을 때.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고개 내미는 기억들이 나를 괴롭힌다. 이런 고통을 이해한 아버지는 내게 '오늘은 괜찮니', '언제부터 그랬니'라며 힘이 되어주려 하신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당신이 엄마를 죽이고 구두화로 어린 나를 밟았을 때, 그때부터 전부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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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뻘글 - 일을 대신 해주는 로봇

짧은 뻘글|2019.05.12 16:48

어떠한 일이라도 대신해주는 로봇이 발명되고 나서 난 걷잡을 수 없이 게을러졌다. 하기 싫은 일을 몽땅 로봇에게 시키던 어느 날, "나 대신 헬스에 가서 운동 해"라는 명령을 했다. 이윽고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나란 놈은 도대체 어디까지 게을러지는 거지? 자괴감에 주섬주섬 짐을 챙겨 헬스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수 십 개의 로봇들이 초점 없는 눈으로 무게 추들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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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뻘글 #글 #소설 #작문
#미래 #일 #로봇 #게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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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뻘글 - 밤하늘의 별

짧은 뻘글|2019.05.06 09:32

환경오염이 심해진 탓일까. 그동안 내 작은 동네에 살면서 별 빛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날따라 하늘에 일던 별들의 치열한 발화는 꼭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뒷 산 정상에 있는 정자로 발을 옮겼다. 꽤 늦은 시간이라서, 그곳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과는 달리 어린 남자아이 한 명이 혼자 별을 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얘야, 이런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니?" 
"별을 보고 있어요." 
"너무 늦지 않았니?" 
"별 빛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어요." 
"..."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다시 실없는 소리로 말을 건넸다. 
"참 아름답지?" 
"네. 이런 건 처음이에요." 
"나도 그래. 정말 많은 색으로 세상이 뒤덮였어. 이걸 못 본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야." 
"..." 
그리고 다시 몇 분 후, 이번엔 그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실은요." 
"응?" 
"사실 저는 눈이 보이지 않아요. 하늘에 별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어떤 색으로 빛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그럼에도, 오늘 밤하늘이 어느 때보다 아름답다는 건 알 수 있어요. 별들이 합주하듯 반짝임을 뽐내는 것이 느껴져요. 비록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장면과 제 상상이 다를 수 있어도, 지금 저한테 있어서는 이게 분명한 현실이에요." 
"... 몰랐어. 경솔하게 말해서 미안하구나." 
그 어떤 때보다 아름다웠지만, 그 어떤 때보다 고개를 들 수 없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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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뻘글 - 순수함

짧은 뻘글|2019.05.05 19:23

요즘 사람들은 갈수록 순수함을 잃어가는 것 같아. 그리고 나 역시 순수함을 가지고 있나 되묻게 되더라고.

순수함이 뭔데?

음... 때 묻지 않은 것? 구체적으로는... 어떤 상황이나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느껴지는 대로 믿어주고 생각하는 것? 정확히 정의는 못 내리겠지만...

네 말대로라면 스스로에게 '내가 순수한가?'란 질문을 했을 때 이미 순수함을 잃고 난 이후겠구나.

...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까?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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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뻘글 #글 #소설 #순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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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뻘글 - 별똥별

짧은 뻘글|2019.05.05 13:57

내게 아주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러자 사람들의 바보 같은 행동을 하나 알게 됐다. 그것은 바로 수명이 다해서 떨어지는 인공위성을 별똥별로 착각하여 소원을 빈다는 것이다. 바보들. 난 진짜 별똥별이 떨어지면 소원을 빌어야겠다. 

그 뒤로 평생 동안 소원을 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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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뻘글 #글 #소설 #별똥별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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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뻘글 - 범죄자에 대한 욕

짧은 뻘글|2019.05.04 23:23

선생님, 며칠 전에 본인 자식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버린 가족들에 대한 뉴스를 봤어요. 선생님께서 욕은 안 좋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어요. 개를 사용한 욕이요.

그래. 나도 그 소식을 접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어. 하지만 그 단어는 좋지 않단다. 개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반려동물이잖니. 반면에 그 가해자들은 어떤 사람에게도 도움을 준 적이 없단다.

그럼 어떡하죠? 그냥 나쁜 사람들이라고만 부르고 넘어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라고 하면 괜찮을까요?

아니, 그 말도 좋지 않단다. 쓰레기는 지금 당장 별로 쓸모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가치가 있던 물건이었잖니. 그들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필요한 적 없는,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단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그들의 이름으로 불러주자. 아무런 욕도 수식할 수 없을 만큼 더러운 그 이름으로 불러주자.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고, 돌팔매를 받을 수 있도록. 그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자책할 수 있도록. 어떤 감옥보다 그들을 더 강하게 옭아맬 수 있도록. 그들의 이름으로 불러주자.

하지만 뉴스에는 얼굴도, 이름도 안 나오는걸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게 되는 거란다. 그것 말곤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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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뻘글 #글 #범죄자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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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편전 2편 - 스포일러는 단순히 기분 나쁨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며칠 전에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봤다. 영화를 보기 전 게임을 하던 중, 페이스북을 하던 중 난 스포일러를 두 번이나 당했다. 오늘은 이 스포일러를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사실 나는 성격 상 스포일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전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볼 때도 마찬가지로 결말을 알고 봤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결말 자체보다 그 결말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스포일러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스포일러는 단순히 기분 나쁨 차원을 넘어선 문제다.

스포일러는 영화를 훔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저작권 개념에 무지한 나라다. 영화든, 음악이든, 게임이든, 만화든,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법적으로 문화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p2p나 토렌트 등 자연스럽게 불법 다운로드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 문제성을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게다가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저작권에 대해 뚜렷이 교육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며, 교육 자체도 쉽지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저작권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하고 있는 행동이 왜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영상과 스토리를 주 매체로 사용을 하고 있는데, 이 둘 중 하나라도 제외시킨다면 영화로써의 가치가 손상된다. 영화 내용을 미리 말하는 행동이 영화를 볼 이유를 없어지게 한다. 그렇게 되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고, 소비자가 줄어들면 문화는 발전하지 못하고 퇴보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기대하고 있는 영화가 있는데 중요한 스포일러를 당했다면, 그 영화를 제 값 주고 보겠는가? 이 경우 당신은 VOD가 나오길 기다리거나, 인터넷에서 내용을 찾아보거나, 혹은 불법 다운로드를 하게 될지 모른다. 내용을 미리 알면, 같은 값을 주고 영화를 보는 게 손해라고 느껴질 것이다. 물론 상대적인 재미가 떨어지니 실제로 손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일러는 나의 즐거움의 일부를 뺏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동의한다. 다시 콘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문화를 소비하는 것은 소비자가 합당한 값을 치르고 여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가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움을 얻는다. 이는 문화 활동이 곧 합법적으로 즐거움을 구매하는 행위의 일종임을 의미한다. 정당한 대가를 치렀기에 소비자는 소비를 보장받아야 된다.

먼저 '구매'의 관점으로 봤을 때 스포일러는 물질적인 피해를 입힌다. 영화의 100퍼센트를 즐기기 위해 그에 맞는 값을 지불했는데, 값에 맞는 즐거움을 못 가지게 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금전적으로 손해다. 그다음으로 '여가'의 관점인데, 이 때는 정신적인 피해를 입힌다. 앞서 말했듯 사람은 여가 활동을 함으로써 쉬고, 회복하고, 나아가 즐거움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스포일러는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휴식과, 회복과, 즐거움을 방해하는 행위다.

이처럼 스포일러는 오직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목적으로만 존재한다. 긍정적 면은 없다. 당하는 사람에 따라 심하게 화를 낼 수도 있으며 실제로 최근에 이와 관련해 홍콩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다. 폭행은 전적으로 잘못이고 공감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 계기는 이해가 된다. 휴식을 침해받으면 짜증 나는 게 인간이다. 아니, 모든 동물이 그렇다.

안타깝게도, 아직 저작권 침해나 영업 방해 같은 법적 근거로 스포일러를 처벌하기가 힘들다. 현재 한국에서 스포일러는 범죄가 아니다. 이는 어려운 문제다. 영화나 만화 내용을 말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과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법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것에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가볍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부족한 지금은 약간의 자극이 필요함을 느낀다. 스포일러를 했다고 해서 당장 수갑을 채우라는 말이 아니다. 건강한 문화 활동을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최소한의 모를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말이다. 알 권리는 주어지는데 모를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 것은 전혀 합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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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은 질문 642 - 1초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

글쓰기 좋은 질문|2019.04.21 21:15

수 십 년의 수명을 가진 인간들에게 1초는 보잘것없어 보인다.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1초가 모자라서 우승 트로피를 놓치고, 
또 누군가는 1초 차이로 불길 속에서 생명을 구한다. 

어떤 이들은 그 짧은 시간에 다른 수 천명의 사람들과 티켓 전쟁을 벌이고, 
새해를 맞이할 땐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 초를 세기도 한다. 

이처럼,
1초라는 시간에 많은 일은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의미 있는 일은 할 수 있다. 

너와 함께 있는 지금 순간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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