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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이야기...🦍

뱀일까? 도마뱀일까? 무족도마뱀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학생일 때는 고입시험, 수능, 입사 등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그런 사회적인 인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은 종종 타인과 동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가야할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무족도마뱀은 다른 뱀처럼 몸이 유연하지도 않고, 강한 턱이나 독니도 없습니다. 크기도 작고, 재빠르지도 않습니다. 뱀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왕뱀, 비단뱀, 살무사와 같은 종과 비교하면 초라해보입니다. 뱀처럼 진화한 것도 아니고, 도마뱀처럼 진화한 것도 아닌 이 종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진화의 목적을 ‘공격성’이라는 기준에 뒀기 때문에 발생하는 착각입니다. 전투력이 높거나, 재빠르다고 해서 누군가가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진화는 적응의 결과일 뿐이니까요. 어떤 생물이든 각자의 사정, 각자의 환경에 잘 맞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입니다. 만약 모든 생물에게 공통된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전투력이 아니라 생존일 것입니다.

과학에 관련된 만화를 그리는 입장에서 부끄러운 말씀입니다만, 저는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억지로 하는 것은 뭐든 좋아하지 않아서 일반적인 길은 걷지 않은 것 같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았습니다. 사실 상 아카이빙만 하는 블로그라 홍보는 아닙니다😂). 비전공자도 코딩을 배우려는 시대에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해서 생물 만화를 그리는 것만 봐도 정말 마음대로 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

당연히 저도 이런 삶이 걱정되곤 합니다.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잘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때로 타인과 어떤 삶이 더 나은지 비교하곤 하는데, 삶의 목적이 그저 ‘잘 살아가는 것’이라면, 살아남은 모두가 그 목적을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진화론은 모든 생물이 같은 방향으로, 같은 방식으로 나아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도 가까이에서 보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갈 뿐입니다. 무족도마뱀과 뱀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기 보다, 오늘도 수고한 자신에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부족한 만화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좋은 하루되세요. :)

* 해당 회차에서는 <극한직업>의 캐릭터와 장면, 인물이 패러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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