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보아야 고마운 은행나무

이번 은행나무를 다루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자료 조사를 해도 나무위키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나무위키의 수준이 낮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다른 매체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추가하느라 만화에 글이 좀 많아진 것 같습니다. 글이 많아졌다고 특별한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닌 것 같지만요. 다음엔 주제를 더 잘 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은행나무와 인간의 관계는 참 신비롭습니다. 은행나무의 역사는 2억 7천만 년인데,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고작 30만 년입니다. 거기에 인간이 은행나무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몇천 년이 채 안 됩니다. 한국에는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전파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정확한 시기가 언제든 간에, 2억 년을 넘는 시대를 거쳐, 은행나무와 인간이 만났습니다. 현생 동물 중에선 매개동물을 가지지 않는 은행나무. 은행나무의 종자를 유일하게 소량이나마 섭취할 수 있는 인간. 이 만남을 우연으로 봐야 할까요, 운명으로 봐야 할까요?

은행나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습니다. 은행나무의 종자를 퍼뜨려주는 것을 약속으로, 인간은 은행나무의 그늘, 병충해와 화재로부터의 보호, 씨앗, 잎, 목재 등을 모두 누립니다. 은행나무 종의 긴 역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 끈끈한 우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익숙함에 속아 이 소중한 종과의 우정을 배신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 해당 회차에서는 <복면가왕>, <거침없이 하이킥>, <디아블로 시리즈>, <원피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포켓몬스터 시리즈>, <도박묵시록 카이지>, <유튜버 침착맨>의 캐릭터와 장면, 인물이 패러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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