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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이야기...🦍

거대꿀벌의 종을 넘어선 대화

해당 만화에서는 거대꿀벌의 정식 한글 이름을 찾지 못해 영어권 이름인 ‘Giant Honey Bee’를 직역하여 사용했습니다. 거대꿀벌의 학명은 ‘Apis dorsata’로,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양봉꿀벌(Apis mellifera), 토종꿀벌(Apis cerana) 등이 속한 꿀벌(Apis)의 한 종류입니다. 양봉꿀벌과 비교해보면 덩치가 꽤 커 보이는데, 꿀벌 중에서 가장 큰 종은 아닙니다. 가장 큰 꿀벌은 히말라야 거대꿀벌(Apis laboriosa)입니다. 히말라야 거대꿀벌은 거대꿀벌의 아종으로 분류되었으나, 비교적 최근에 별개의 종으로 구분되었습니다.

거대꿀벌이 깜빡거리며 경고를 보내는 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종에 상관없이 ‘위협’, ‘불안함’, ‘경고’ 등의 의미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마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타국에서,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바디랭귀지를 하는 우리네 모습처럼 보입니다. 거대꿀벌은 이 신호를 통해 말벌이 공격하지 않고 돌아가게끔 만듭니다. 빛이 부족한 곳에서 거대꿀벌이 어떻게 다른 개체를 인지하는지 등 아직 종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다른 존재에게 닿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종을 넘어서 마음을 나누리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인간은 같은 종끼리도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아프게 만들곤 합니다. 우리는 나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 하고 오해하곤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논리나 감정보다, 거대꿀벌의 깜빡거림 같은 차분한 대화일지 모릅니다.

안타까운 것은 대화를 나눌 만한 여유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이곳저곳에서 소수의 사람들이(소수라고 믿고 싶습니다.) 미움을 콘텐츠로 만들어 퍼뜨립니다. 저는 어떤 면에서는 ‘누가 더 잘 미워하는지’ 비교하며 ‘스포츠화’한다고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생물에 대한 혐오, 같은 종 내에서의 혐오가 만연합니다. 물론 실제 세상은 온라인과 다르지만, 온라인이 실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게 제가 생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자연에서는 미움보다는 사랑이 더 보편적인 행위거든요. 예컨대, 동물의 영역 다툼은 대부분 다른 무리를 해하고 싶은 마음보다, 자신의 무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작동합니다. 거대꿀벌 역시 깜빡거림을 통해 ‘공격할래’가 아니라 ‘공격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자연과 더 가까워져 긍정적인 마음으로, 서로에게 여유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거대꿀벌 자료를 조사하다가 찾은 흥미로운 게임을 소개해 드리고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거대꿀벌의 ‘깜빡거림’에 관심을 보인 한 해외의 개발자가 만든 게임입니다. 사실 게임이라기에는 화면을 클릭하는 것밖에 없지만, 거대꿀벌이 신호를 보내는 핵심적인 원리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https://haztro.itch.io/bee-toy) 사이트에서 무료로(혹은 후원과 함께)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

* 해당 회차에서는 , <유튜버 선바>, <에미넴>, <힐링캠프>의 캐릭터와 장면, 인물이 패러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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