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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이야기...🦍

압도적 존재감 벌매

가끔 제 만화가 자조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인간혐오론자인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친구, 무엇보다도 독자분들이 모두 사람인데, 어떻게 감히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 제가 비판하는 부분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역사와 속성입니다. 생태계를 파괴한 것, 기후변화를 초래한 것, 인간이 인간을 미워하게 만든 것, 많은 부분에서 인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누군가를 탓하려는 의도보다는 인간 집단에 속한 ‘나’를 돌아보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벌매의 깃털은 다른 종보다도 단단하며 중심 깃에서 뻗어 나온 작은 깃가지의 숱이 많습니다. 수많은 깃가지가 겹치고 겹쳐져서, 마치 조선시대의 종이 갑옷, 지갑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실제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화살이 지갑을 뚫지 못했다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를 생각해보았을 때, 말벌의 독침이 벌매의 두꺼운 깃털을 뚫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가끔 말벌이 꿀벌을 해치는 포식자로만 묘사가 되곤 하는데, 말벌에게도 벌매 같은 천적이 있던 것입니다. 먹이사슬에서 벌매나 사자, 호랑이, 늑대 같이 포식자가 없는 집단을 최상위 포식자라고 합니다. 최상위 포식자는 생물의 개체 수, 종의 다양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같은 먹이사슬에 있는 두 생물이 경쟁한다고 했을 때, 한 생물의 입지가 늘어나면 다른 생물의 입지는 줄어들고, 심하면 멸종 위기에 이릅니다. 그럴 때 최상위 포식자는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많은 생물을 사냥하여 균형을 맞춥니다. 생태계는 그런 균형을 통해 유지됩니다.

인간 역시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생태계 관점에서 인간은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다른 생물들이 적응, 진화를 하기 전에 너무 빨리 최상위 포식자에 도달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인간의 개체수가 여타의 최상위 포식자들과 다르게 너무 많다는 점이 있습니다. 균형으로 유지되는 생태계에 균형이 깨진 것입니다. 2021년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Forests and Global Change’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지구상에 생물다양성이 파괴된 지역은 무려 97.1%이고, 그중 68%가 사람에 의해 크게 훼손된 지역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절반을 없애자는 타노스의 말이 옳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지구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존재로서, 우리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해당 회차에서는 <심슨 가족>, <몬스터>, <나는 자연인이다>, <이세돌>의 캐릭터와 장면, 인물이 패러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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