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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이야기...🦍

자연이 만든 닮은 꼴 수렴진화 -2-

만화에서는 이야기 진행을 위해 사자가 능동적으로 호피를 버리고 갈기를 얻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엄밀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사실 진화는 어떤 의도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특정한 모양으로 한 나무의 가지를 쳤다고 하더라도, 세대를 거치면 그 모양이 사라지는 것이 그 예시입니다. 아마 여전히 진화에 대해 여러 의문이 남으실 겁니다. 진화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수렴진화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 제 불찰입니다. 수렴진화의 의의는 '다른 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비슷한 생김새로 진화될 수 있다' 입니다. 이를 상사성이라고도 합니다. 부족한 이야기는 또 다른 만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렴진화를 보고 진화에 규칙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진화가 한 방향으로만 일어난다는 오해 때문입니다. 간혹 우리의 조상이 물고기라는 사실에 ‘물고기가 인간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이 역시 같은 오해로 발생합니다. 진화 계통을 그림으로 나타낸 대부분의 자료에서는 진화를 일직선이 아니라, 뿌리에서부터 수많은 가지로 내뻗치는 나무로 표현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자라는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수렴진화), 근본적으로 가지가 서로 연결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박쥐의 날개는 목적과 형태가 유사한 새의 날개보다, 같은 포유류인 사람의 팔과 해부학적으로 더 유사합니다. 포유류인 사람, 고양이, 고래, 박쥐 등의 앞다리는 외형적으로 다르게 생겼는데, 모두 위팔뼈, 요골, 자뼈, 손목뼈, 손바닥뼈, 손가락뼈가 환경에 맞게 변형된 형태일 뿐입니다.

예전에 웹서핑을 하다 한 글을 읽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외모로 발생하는 불평등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인생은 산에서 내려가는 것과 같고, 외모가 잘 생기면 둥근 모양, 그렇지 않으면 각진 모양이어서 인생을 사는 데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작성한 분의 인생을 모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인생은 모든 이들이 산에서 내려가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산을 오르고, 어떤 사람은 꽃구경을 하고, 어떤 사람은 동물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고, 어떤 사람은 도시락을 먹고, 어떤 사람은 정자에 누워 잠을 잡니다. 현실에 외모가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모든 이들의 목적지는 아닐 겁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를 ‘가장 아름다운 끝 없는 형태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가장’은 사전적으로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은 것을 말합니다. 특출난 단 한 가지를 강조할 때 쓰입니다. 그런데 다윈은 ‘가장’을 형태’들’이라는, 다수를 수식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진화는 ‘어떤 생물이 더 우월한지’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순간의 모든 생물은 각자의 기준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진화된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진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끝 없는 형태들’이란 문장을 다시 곱씹으면, 존재에 관한 다윈의 사유가 깊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든 존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빛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해당 회차에서는 <철권>, <내 친구 아서>의 캐릭터와 장면, 인물이 패러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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