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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담은 이야기...🦍

겁이 많은 공비단뱀

만화에서는 이야기 진행을 위해 블루와 코기가 산책하다 공비단뱀을 마주쳤는데요, 사실 한국에서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풀어 놓은 것이 아니라면 길거리에서 볼 수 없는 외래종입니다.

일반적으로 뱀이라고 하면 코브라나 살무사같이 위험한 종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자연은 수학 공식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너무 다양해서 함부로 일반화할 수 없죠. 이는 다른 생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마다 하위 종과 아종, 품종을 나눌 수 있고, 종이 같더라도 성격이 개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뱀도 순한 종과 사나운 종이 있습니다. 비단뱀은 순한 종에 속합니다. 물론, 비단뱀 사이에서도 사나운 종이 있습니다. 위험한 동물을 다룬 TV 프로그램 <킹스 오브 페인> 시즌 1에서는 그물무늬비단뱀이 고통 순위 1위에 자리 잡았습니다. 반면, 공비단뱀은 비단뱀 중에서도 겁 많고 순한 종입니다. 보통은 외부 자극에 대해 몸을 웅크리면서 숨기 바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개체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개체는 위협을 하고 입질을 하기도 합니다. 어느 생물이든 행동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연을 보고 있으면 편협했던 생각이 어쩐지 부끄러워집니다. 동물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저는 어렸을 적에 '어느 인종이 어떻고', '어느 나라 사람들이 어떻고', '어느 성별이 어떻고', 여러 편향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물론 생물학적 특성, 집단의 성향과 문화라는 것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편견이 집단과 개인을 구분하는 데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비단뱀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온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자연을 보는 것은 나를 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누군가는 오직 인간만이 다양하게 생겼다고 해요. 들판에 핀 가지각색의 민들레는 들여다보지 않고 말입니다. 누군가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종 불문 수많은 곤충이 페로몬을 내뿜고, 소리를 내고, 춤을 추며 소통하는 걸 안다면,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요? 늑대, 보노보, 사자, 거북, 돌고래, 꿀벌, 개미, 모두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종이 '인간만이 유일한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를 부정합니다.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 아닙니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존재가 특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글이 쓸데없이 장황해졌네요. 인간 중에는 뱀 이야기부터, 편견 이야기까지 하는 별종도 있습니다. 이걸 애써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런 사람인갑다' 하고 사는 게 때론 속 편합니다. 

* 해당 회차에서는 <공포의 외인구단>, <무한도전>,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심슨>, <유튜버 케인>의 캐릭터와 장면이 패러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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